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사이트맵


Book Mark
예술가와 디지털 투기꾼 사이: 에르메스 버킨백 NFT 출시자, 상표권 침해로 피소
  • 투자진출
  • 미국
  • 뉴욕무역관 박다미
  • 2022-04-28
  • 출처 : KOTRA

MetaBirkins NFT는 법의 시각에서 디지털 상품일까 혹은 예술작품일까?

유명상표 도용, 디지털 홍보 수단으로 볼 수 있는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의 ‘Non-fungible Token(NFT)’은 수집, 판매, 거래가 가능한 신종 디지털 자산이다. 지난달 보도한 나이키(Nike) 운동화 NFT 상표권 침해 소송 Nike, Inc. v. StockX LLC, No. 1:22-CV-00983 (S.D.N.Y.) 소식에 이어 이번 달에는 명품 핸드백 NFT 소송 Hermès International and Hermès of Paris, Inc. v. Mason Rothschild, No. 1:22-CV-00384(S.D.N.Y.)에서 제기된 법적 공방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전통적으로 유형의 상품 중심으로 구축된 미국 상표법(Lamham Act) 체계가 최근 급부상한 NFT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분석해 보겠다. 이번 사건은 나이키 NFT 소송 건과는 달리 디지털 상품(commodity)과 예술작품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로 인한 새로운 이슈들을 수반하고 있는데, 이를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법리 논박이 특히 흥미롭다.


사건의 발단


프랑스 명품 기업 에르메스(Hermès International S.A.)의 주력 상품인 ‘버킨백(Birkin handbags)’은 1983년 영국 여배우 제인 버킨(Jane Birkin)이 런던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착석한 장 루이 뒤마(Jean-Louis Dumas) 에르메스 회장에게 엄마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가방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하자 뒤마 회장이 그녀의 이름을 따 디자인한 계기로 탄생하였다. 프랑스 장인들이 고급 가죽으로 만들어 한정 수량으로 유통되는 버킨백은 수천에서 십만 달러 이상 호가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미국에서만 수천 개가 팔렸다. 에르메스는 2005년 미국 특허상표청에 ‘BIRKIN’ 상표(등록번호 2,991,927)를 등록했고 2011년에는 버킨백 특유의 외형을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등록번호 3,936,105)로도 등록하여 다른 이들이 버킨백과 유사한 디자인을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 등록 트레이드 드레스(등록번호 3,936,105)>

[자료: Trademark Electronic Search System (TESS), https://tmsearch.uspto.gov]


로스앤젤레스 비벌리 힐스(Beverley Hills) 지역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 중인 메이슨 로스차일드(Mason Rothschild)(본명: 소니 알렉산더 에스티발(Sonny Alexander Estival))는 2021년 5월 말 투명한 버킨백 안에 든 40주된 태아를 형상화한 애니메이션 NFT “Baby Birkin”을 선보였고 이를 온라인 리셀 플랫폼 베이직 스페이스(Basic Space)에서 23,500달러에 판매했다. Baby Birkin NFT의 상업적 성공에 힘을 얻은 그는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를 뜻하는 ‘meta’와 에르메스의 등록상표 ‘BIRKIN’을 결합한 ‘MetaBirkins’라는 명칭으로 사업 기반을 쌓기 시작했다. 로스차일드는 2021년 11월부터 https://metabirkins.com 도메인명 등록, MetaBirkins 트위터(Twitter) 및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 개설 수순을 밟고 #MetaBirkins, #NotYourMothersBirkin, #MintaMetaBirkinHoldAMetaBirkin 등의 해시태그를 활발히 사용해왔다. 2021년 12월 초에는 버킨백의 형체를 희미하게 처리한 후 모피로 뒤덮은 MetaBirkins NFT 작품 100종을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으로 발행하여 판매를 개시했다. MetaBirkins 개별 NFT 가격은 15,200달러에서 45,100달러 사이를 육박했고 2022년 1월 기준 로스차일드는 110만 달러 넘는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차일드가 출시한 MetaBirkins NFT 콜렉션>

[자료: 에르메스의 소장]


에르메스는 2021년 12월 16일 로스차일드와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게 상표 침해 경고장을 송부했으나 로스차일드가 다른 거래 플랫폼으로 옮겨 NFT 판매를 이어 나가자 2022년 1월 14일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에 Hermès International and Hermès of Paris, Inc. v. Mason Rothschild, No. 1:22-CV-00384(S.D.N.Y.) 소송을 제기하여 법적 제재에 나섰다. 구제수단으로는 로스차일드가 NFT 사업으로 거두어들인 이익 환수를 포함한 증액손해배상, 법정 손해배상(statutory damages), 고의적인 상표 침해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외에도 MetaBirkins NFT를 발행한 스마트 계약 통제권을 에르메스 측에 양도하거나 이더리움 블록체인 내 비활동(non-functional) 주소로 이전하고 현재 MetaBirkins NFT에 인용된 이미지로 더 이상 연결되지 않도록 문제의 스마트 계약을 개정하라는 명령, MetaBirkins NFT의 영구 삭제(burn) 이행 명령 등을 요청했다. 


에르메스는 이외에도 로스차일드가 (1) 에르메스의 연방등록상표를 당사가 인가하지 않은 상품∙서비스를 지칭하기 위해 복제, 위조, 모방하는 행위, (2) 소비자들의 혼동·기만·실수를 조장하거나 에르메스의 평판을 해치거나 에르메스가 보유한 등록상표의 식별력을 약화시키는(dilute) 행위, (3) 로스차일드의 물품이 마치 에르메스의 후원을 받거나 당사와 연관된 것처럼 단어나 심볼을 허위로 기재하는 행위, (4) 에르메스로부터 인가받지 않은 상품을 제조, 발행(minting), 생산, 유통, 배포, 판매, 마케팅, 판매 청약, 광고, 홍보, 대여, 전시하는 데에 에르메스 등록상표를 도용함으로써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 (5) 로스차일드가 발행·제조·유통·판매하는 상품이 에르메스와 연관 있다고 혹은 에르메스가 인가했다고 대중이 오인하도록 말하거나 행동하거나 허위 출처 표시를 하거나 잘못 기술하는 모든 행위 등을 섭렵할 수 있는 광범위한 영구적 금지명령(permanent injunction)을 법원이 발동할 것을 촉구하였다. 


에르메스의 상표 침해 주장과 논거


2022년 3월 2일 에르메스가 법원에 제출한 수정 소장(amended complaint)에서 로스차일드를 상대로 펼친 법리 주장은 크게 세 가지이다.


1) 등록상표 무단 도용으로 인한 상표권 침해


에르메스는 수십 년간 왕성한 광고∙홍보 활동을 통해 BIRKIN 상표를 접한 소비자들이 이를 즉각 에르메스와 연계 짓게 하는 강한 식별력을 획득했으나 로스차일드가 MetaBirkins NFT 상품의 판매∙유통에 BIRKIN 등록상표명을 무단 도용한 결과, 대중에게 에르메스가 MetaBirkins NFT를 출시했다는 혼동과 오해를 조장하고 에르메스가 구축해온 브랜드 평판 및 소비자 신뢰(goodwill)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쳤다고 주장하였다. 남의 등록상표명을 자신의 상품·서비스의 판매, 유통, 광고 등에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표법 15 U.S.C. § 1114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MetaBirkins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자료: MetaBirkins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metabirkins]


2) 출처 허위 표시, 허위 기재, 허위 묘사


에르메스는 자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스차일드가 BIRKIN 등록상표와 버킨백 등록 트레이드 드레스를 도용한 MetaBirkins NFT를 만들어 상거래에 이용함으로써 마치 이 NFT 상품이 에르메스로부터 기인했거나 당사의 후원을 받았거나 당사가 해당 NFT의 판매를 승인했다는 잘못된 인상을 대중에게 남겼다고 주장했다. 에르메스는 이것이 뻔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BIRKIN의 유명 상표 이미지에 편승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로스차일드가 MetaBirkins NFT의 판매를 강행하여 소비자들을 호도한 것은 15 U.S.C. § 1125(a) 조항이 금지하는 출처 허위 표시(false designation of origin), 허위 기재(false or misleading description of fact), 허위 묘사(false or misleading representation of fact) 행위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MetaBirkins NFT 판매 개시 직후, 패션잡지 엘르(Elle)와 로피시엘(L’Officiel), 일간지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는 에르메스가 MetaBirkins NFT를 발행했다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하였고 일반인들 또한 에르메스가 동 NFT 출시에 관여한 것으로 오해했음을 드러내는 답글들을 로스차일드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계정에 다수 남긴 바 있다. 에르메스는 이를 실제 양산된 소비자 혼동의 증거로 소장에 대거 인용하였다. 


3) 상표 희석화


에르메스가 수십 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광고 활동을 펼친 결과 버킨백에 부착된 BIRKIN 상표를 접한 소비자들은 이를 오로지 에르메스가 디자인하고 제조한 상품이자 최고급 핸드백의 대명사로 인식하게 됐고 덕분에 BIRKIN 상표는 일반 상표들보다 높은 수준의 법적 보호가 미치는 유명상표(famous mark)의 반열에 올랐다고 에르메스는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로스차일드가 NFT를 마케팅∙판매∙유통하는 과정에서 에르메스의 허락 없이 'MetaBirkins'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그가 에르메스와 연관 있거나 후원을 받았다는 착각을 일으킬 위험을 높였고 BIRKIN 유명상표 고유의 럭셔리 이미지에 편승함으로써 에르메스의 상표 가치가 희석되고 분산됐다고 호소했다. 일반 대중이 특정 표장의 소유자를 해당 상품∙서비스의 출처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지하는 유명상표의 경우, 식별력 약화로 인한 희석화(dilution by blurring) 및 저명성 손상을 통한 희석화(dilution by tarnishment) 피해를 입은 상표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15 U.S.C. § 1125(c) 조항을 인용한 것이다. 에르메스는 BIRKIN 상표명과 버킨백의 트레이드 드레스 이미지가 MetaBirkins NFT에 쓰인 것을 본 이들이 에르메스처럼 저명한 기업이 왜 자사의 귀중한 브랜드 자산을 NFT 판매에 소비할까 의아해하면서 희소성 및 상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크게 염려했다. 


로스차일드의 항변과 그에 대한 에르메스의 추가 반박 논거


로스차일드는 2022년 3월 21일에 제출한 소송 각하 신청(motion to dismiss)에서 다음 논리로 에르메스 측 주장에 대한 반격을 꾀했다.


1.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로스차일드는 자신이 엄연히 예술가임을 수없이 강조하면서 MetaBirkins 시리즈 100종 각각은 버킨백을 독특하고 창의적으로 묘사한 예술작품이며, 버킨백을 모피로 덮은 것은 에르메스가 고가의 가죽 핸드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동물에게 저지르는 잔혹함에 대한 논평이라고 했다. 또한, 버킨백을 디지털 포맷으로 표현한 예술작품을 “MetaBirkins”로 명명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행위이며, 상표법이 로스차일드의 예술 활동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논거로는 피고의 상품이 예술적∙표현적인지를 판단할 때 상표법이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를 협소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제2 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Second Circuit)의 1989년 판례 Rogers v. Grimaldi, 875 F.2d 994(2d Cir. 1989)를 인용하였다.


미국의 전설적인 배우 겸 댄서인 진저 로저스(Ginger Rogers)는 영화 제목 “Ginger and Fred”에 자신의 이름을 무단 사용한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상표권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제2 순회항소법원은 피고의 영화 제목이 원고 로저스가 영화를 보증하거나 제작에 관여했음을 명시적으로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상표법상 허위 광고 또는 허위 보증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Rogers 판례에 의하면 (1) 저변 작품과 상표 사용 사이에 “예술적 연관성(artistic relevance)”을 전혀 찾을 수 없거나, (2) 예술적 연관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해당 작품의 출처나 내용을 “명백히 호도(explicitly mislead)”하는 경우에만 상표를 비상업적인 표현(noncommercial speech)에 사용할 수 없다. 로스차일드는 논평 대상인 버킨백을 설명하기 위해 BIRKIN 상표명을 언급하고 버킨백 외형을 묘사했기 때문에 예술적 연관성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설령 몇몇 사람들이 MetaBirkins NFT를 에르메스가 위촉한 작품으로 오해하고 혼동했다 하더라도 로스차일드는 자신이 NFT 작가임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본인의 창작품에 MetaBirkins라는 작품명을 붙인 것이 명백한 호도 행위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에르메스는 2022년 4월 4일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상표 침해가 성립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로스차일드는 MetaBirkin를 단순히 특정 작품을 가리키는 제목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즉, 로스차일드가 이 명칭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심볼이자 자신의 NFT 상품을 식별하고 출처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MetaBirkins라는 명칭을 썼기 때문에 상표법에 명시된 상표의 상업적 사용 행위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Rogers 판례는 예술품을 다루는 상황에 국한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적용되는 원칙이므로, 로스차일드가 에르메스의 등록상표를 비예술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수정헌법 제1조를 빌미로 상표권 침해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둘째, 에르메스는 로스차일드의 상업적인 상표 사용이 제2 순회항소법원의 상표 출처 혼동 가능성 판단 기준인 ‘Polaroid 요소’에 비추었을 때 소비자들에게 출처 혼동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1) 패션업계에서 상징적(iconic)·독보적 지위에 이른 BIRKIN 상표의 식별력이 매우 높고, (2) 로스차일드가 BIRKIN 상표의 성공적인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에 기대어 반사 이익을 편취하기 위한 의도로 이를 도용한 것이 분명하며, (3) BIRKIN 등록상표명에 단순히 관용 접두사인 ‘meta’를 붙여 MetaBirkins NFT이라 명명하고 버킨백의 형체를 희미하게 처리한 것 외에는 실제 버킨백 이미지와 거의 동일하고, (4) 최근 여러 브랜드 기업들이 물리적인 상품 시장에서 디지털 시장 영역으로 점차 확장 중임을 NFT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실제로 두 상표를 혼동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고 (6)에르메스도 다른 고가의 패션 브랜드들처럼 향후 NFT 시장 진입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차일드는 2022년 4월 11일 법원에 제출한 회신 답변서에서 자신의 MetaBirkins 시리즈가 예술작품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팝 아트계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캠벨(Campbell’s) 수프 캔 그림이 수프 통조림 그 자체가 아니듯이 로스차일드의 MetaBirkins 이미지 역시 핸드백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로스차일드는 심지어 상표가 출처를 나타내는 목적으로 쓰일 때에도 Rog ers에서 판시한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로스차일드의 MetaBirkins 이미지와 작품명, 그리고 MetaBirkins를 홍보하는 문구에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에르메스의 상표권보다 로스차일드의 예술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로스차일드는 상표 사용 행위가 해당 작품의 출처나 내용을 명백히 호도하지 않는 이상 출처 혼동 여부는 무관하기에 Polaroid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고집했다. 


2. 창의적인 무형 콘텐츠의 출처에 대한 혼동은 상표법으로 제재 불가


로스차일드는 에르메스에 대한 두 번째 반격 논거로 2003년 연방대법원 판례 Dastar Corporation. v.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539 U.S. 23(U.S. 2003)을 인용하면서 오로지 ‘물리적인’ 상품의 출처에 관한 허위 진술(misrepresentation)만이 상표법의 제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Dastar 판례에 따르면 상표법에 명시된 '상품의 출처(origin of goods)'는 유형 상품의 생산자를 가리킬 뿐 해당 상품에 담긴 발상(idea), 개념(concept), 커뮤니케이션을 지칭하지 않기 때문에 로스차일드는 MetaBirkins NFT와 같은 창의적인 무형 콘텐츠에 대한 출처 혼동은 상표법의 관할 범위가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에르메스의 4월 4일 자 답변서는 지난 수십년간 상표법이 가상 상품과 서비스에 엄연히 적용되어온 역사를 간과하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Dastar는 공중영역(public domain)으로 귀속된 TV 시리즈물 “십자군(Crusade)”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던 20세기 폭스(Fox)가, 해당 영상의 상당 부분을 발췌해 비디오 세트를 출시한 다스타(Dastar)를 제소한 사건이다. 존속기간이 만료되어 저작권 침해 주장이 불가하자 폭스는 다스타가 비디오를 출시할 때 폭스의 크레딧을 인정했었어야 했다며 상표법에 입각한 출처 허위 표시 주장을 펼쳤지만 결국 패소했다. 에르메스는 창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나타내는 저작권법과 상품 출처에 대한 혼동 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불공정경쟁법의 상호 작용을 다룬 Dastar 판례에서 대법원은 상표권이 저작권에 준하는 권리로 취급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독창적인 발상(creative ideas)과 팔려고 내놓은 유형의 상품(tangible goods that are offered for sale)을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로스차일드는 이 같은 맥락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채 디지털 상품은 상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신박한 항변 논거를 내세웠지만, 에르메스는 상표법이 가상 상품∙서비스의 소비자들을 보호하는지 여부는 정작 Dastar 판례에서 대법원이 논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로스차일드는 법원에 제출한 4월 11일 자 회신 답변서에서 유형 상품에 대한 출처 혼동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표권 침해 주장이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른 법원 판례 세 건을 나열했다. 그리고 에르메스는 소비자들이 무형의 MetaBirkins 예술작품에 대한 출처를 혼동하고 있다고 주장할 뿐 로스차일드가 판매하려고 내놓은 유형의 상품 출처에 있어 실제 혼동이 야기됐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소송은 기각되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3. 상표 희석화 주장 성립 불가


로스차일드는 에르메스의 유명상표 희석화 주장에 대해 다음 세 가지 반박 논거로 맞섰다. 첫째, Rogers 판례에서 마련된 분석 기준을 적용했을 때 로스차일드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에르메스의 상표권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에 특별히 소비자 보호 명분이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에르메스의 상표 희석화 주장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둘째, 15 U.S.C. § 1125(c)(3)(C) 법조문 자체에 “비상업적인 표장 사용(Any noncommercial use of a mark)”의 경우 유명상표 권리자가 식별력 약화로 인한 희석화나 저명성 손상을 통한 희석화 혐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음을 지적했다. 셋째, 로스차일드가 버킨백을 그린 예술작품을 'MetaBirkins'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무관한 상품∙서비스에 대해 상표를 상업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을 지시하는(referential) 용도로 쓰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로스차일드는 이 같은 용법이 상표의 식별력을 한층 더 강화시킬 뿐 약화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에르메스는 4월 4일 자 답변서에서 (1) BIRKIN 상표는 유명하고, (2) 로스차일드는 MetaBirkins 상표를 상업적으로 사용 중이며, (3) 로스차일드는 BIRKIN 상표가 유명해진 후부터 해당 상표명을 도용하기 시작했고 (4) 로스차일드의 MetaBirkins 명칭 사용은 BIRKIN 상표가 상품∙서비스를 식별하고 구분하는 능력을 저해함으로써 상표 품질을 희석시키기 때문에 유명 상표권자인 에르메스가 희석화 피해로 인한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식별력 약화로 인한 희석화를 판단할 때에도 Polaroid 요소들을 고려하는데 두 상표의 유사성, 식별력, 상표 채택의 고의성 여부, 실제 혼동 사례 등 다수의 요소들이 에르메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피력했다.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MetaBirkins NFT를 디지털 상품 혹은 예술작품으로 볼 것인지, 그리고 로스차일드가 BIRKIN 상표를 이용한 성격과 목적(즉, 디지털 사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썼는지 혹은 논평 대상인 버킨백과 작품명을 지칭하는 용도로 썼는지)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이번 소송의 핵심이다. 로스차일드는 스스로를 100종에 달하는 창의적인 NFT 미술품을 선보인 "예술가(artist)"로 소개하는 반면, 에르메스는 그를 “마케팅 전략가(marketing strategist)”, 에르메스의 유명 상표에 편승해 큰돈을 쉽게 벌려는 “디지털 투기꾼(digital speculator)”이자 “기회주의적 침해자(opportunistic infringer)”라고 비방한 바 있다. 로스차일드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Lex Lumina PLLC의 Rhett Millsaps 변호사는 지난 4월 5일 Law360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메스가 MetaBirkins를 “상품(commodities)”으로 묘사해 “사안을 헷갈리게 만들고(muddying the waters)” 있지만 MetaBirkins는 “독창적인 버킨백 이미지의 고정물 – 즉,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받는 예술작품이 맞다(just static digital images of fanciful Birkin bags – that is, they’re artworks protected by the First Amendment).”고 밝혔다. 양측의 팽팽한 법리 주장에 대해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15 U.S.C. §§ 1125, 1114; Dastar Corp. v.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 539 U.S. 23(U.S. 2003); Rogers v. Grimaldi, 875 F.2d 994(2d Cir. 1989); Polaroid Corp. v. Polarad Elecs. Corp., 287 F.2d 492(2d Cir. 1961); Hermès Int’l and Hermès of Paris, Inc. v. Mason Rothschild, No.1:22-CV-00384 (S.D.N.Y.); Public Access to Court Electronic Records(PACER), https://pacer.login.uscourts.gov; Trademark Electronic Search System(TESS), https://tmsearch.uspto.gov; Hermes Fights to Keep ‘MetaBirkin’ NFT Suit in Play, https://www.law360.com/articles/1480900; MetaBirkins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metabirkins 등 KOTRA 뉴욕 무역관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KOTRA의 저작물인 (예술가와 디지털 투기꾼 사이: 에르메스 버킨백 NFT 출시자, 상표권 침해로 피소)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0
로그인 후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 입력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