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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판결' 그 이후...폴란드, 공공조달법 개정을 통한 GPA 미가입 제3국 참여 제한 강화
- 투자진출
- 폴란드
- 바르샤바무역관 한석환
- 2025-11-12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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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공공조달 시장에서 GPA 비가입국 기업 배제 본격화
대형 조달사업 컨소시엄 시 GPA 미가입국 파트너와의 협력에 주의 필요
EU 조달 판결에 따른 폴란드 조달법 개정
2024년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콜린 판결(C-652/22)과 2025년 칭다오 판결(C-266/22)은 EU 공공 조달 시장에서 WTO 정부조달협정(이하 GPA) 비가입국 기업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사건이다. 두 판결은 GPA에 가입하지 않은 제3국 기업이 EU 입찰에서 평등한 시장 접근권을 자동으로 보장받지 못하며, 참여 허용 여부가 개별 발주기관의 재량에 달려 있음을 확인했다. 콜린 판결은 크로아티아에서 튀르키예 기업이, 칭다오 판결은 루마니아에서 중국 국유기업이 배제된 사례로, 모두 GPA 비가입국 기업에 대한 비차별 의무가 없다는 취지였다.
이 판결로 EU 회원국이 제3국 기업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렸고,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5월 판례 적용 해설서와 지침을 발표했다. 동시에 EU는 국제조달협정(IPI)을 통해 상호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는 국가에 대한 제재 기제를 강화하고 있다. 즉, 회원국은 일반적인 배제 조치를 취할 수 없지만, 개별 입찰에서는 제3국 기업을 제한할 재량이 인정된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폴란드는 2025년 7월 공공조달법을 개정해 EU와 상호 시장 개방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GPA 비가입국) 기업의 입찰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발주기관이 명시적으로 허용한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으며, 컨소시엄·하도급 형태의 참여도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더라도 해당 기업은 폴란드 공공조달 항소기관(KIO)의 심리 대상에서 제외돼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다.
이번 개정은 EU 판례를 국내법에 반영한 사례로, 중국·튀르키예 등 비가입국 기업의 입지가 많이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EU는 국가별 일괄 배제법이 과도한 보호무역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어 향후 각국 법 해석에 논란이 남아 있다.
공공조달법협회(PPLA) 주최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법적 해석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패널들은 콜린·칭다오 판결이 조달 시장 개방의 주도권을 EU에서 회원국으로 이양한 전환점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발주기관별 재량 확대가 시장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결론적으로, 세미나에서는 EU 조달 시장에서 ‘합법적 제한’의 범위와 균형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이 모였다.
EU 조달체계의 법적 논점: GPA 적용 범위와 ‘유럽산’ 개념
2025년 10월 바르샤바대학에서 열린 <Local Content in Public Procurement – police, law and practice in focus> 세미나에서는 EU 공공조달법 내에서의 ‘local content’ 정의와 GPA 적용 범위의 오해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EU 내부시장은 이미 하나의 통합시장으로 기능하므로, ‘국가별 로컬 콘텐츠’가 아니라 ‘유럽산(European content)’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조달 관계자가 GPA 가입국이면 모든 분야 입찰이 자동으로 개방된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부속서별(appendices)로 개방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조달 분야별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미나에서는 또한 원산지(origin of goods)와 공급자(economic operator) 구분 문제가 논의됐다. EU 관세법에 따르면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정식 통관 및 관세 납부를 거치면 EU 제품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생산됐더라도 이미 EU로 수입된 자재를 사용하는 폴란드 기업을 배제할 수 있느냐'라는 실무적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즉, 콜린 및 칭다오 판결에서 제시된 원칙이 실제로는 상품의 ‘생산지’보다 ‘공급자 자격’ 문제로 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정당화는 여전히 인정되지 않는다. 사법재판소는 “경제적 효율성이나 고용유지 등 순수한 경제적 이유로 지역 기업을 우대하는 것은 내시장 규범에 반한다”라고 누차 판시해 왔다. 다만 세미나에서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망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건강·방위·핵심기술 분야에 한해 ‘전략적 유럽 내 조달’ 원칙이 강화될 가능성이 논의됐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은 2025년 10월 22일 연설에서 “공공 조달 내 특정 전략산업 부문에 새로운 기준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조달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Local Content in Public Procurement – police, law and practice in focus 세미나>

[자료: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중국·튀르키예 배제의 시사점
① 우리 기업에 유리한 환경 조성
폴란드는 EU 내에서 인프라 투자 규모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로, 도로·철도망 확충과 에너지 인프라 개선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EU 기금과 국가 예산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달법 개정으로 중국과 튀르키예 기업의 참여가 제한되면서, 해당 분야의 공급 공백을 GPA 가입국 기업들이 채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한국은 GPA 서명국으로서 EU 역내 기업과 동등한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폴란드 조달 시장 진출 시 법적 안정성과 평등 대우가 보장된다. 이는 중국·튀르키예 등 비가입국 경쟁자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개정으로 폴란드의 철도·도로·에너지 등 주요 인프라 사업에서 저가 공세나 실적 경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기술력과 신뢰도를 갖춘 한국 기업이 대체 공급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폴란드 정부도 주요 국가사업에서 검증된 협정국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 건설·엔지니어링·철도차량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② 기회 속 리스크: 컨소시엄 전략 재정비
하지만 기회와 함께 도전 요인도 공존한다. 우선, 한국 기업들이 기존에 튀르키예 등과 구축했던 협력 모델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중동·중앙아시아 사업 등에서 한국-튀르키예 컨소시엄은 가격 경쟁력과 현지 네트워크 측면에서 효과적인 전략으로 여겨져 왔으나, EU 조달 시장에서는 튀르키예 파트너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같은 국제 입찰에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 기업과 공동 참여하려는 경우, 튀르키예 측이 막판에 자격 미달로 배제돼 컨소시엄 자체가 무산되는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폴란드 조달법상으로도 컨소시엄 구성원 중 제3국 기업이 있다면 사전 명시 허용 없이는 입찰 자체가 무효가 되므로, 한국 기업으로서는 초기부터 EU/GPA 회원국 파트너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편이 안전하다. 또한 중국·튀르키예 기업이 빠진 자리를 유럽 현지 기업들이 채우며 경쟁 강도가 유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경쟁 구도가 '중국 vs 한국'에서 '유럽 vs 한국'으로 재편될 수 있는 만큼, 가격·기술·품질 측면에서 EU 현지 기업과의 경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시사점
폴란드 조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전문 분야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첫째, EU 표준 인증 및 규격을 준수해야 한다. 예컨대 CE 인증(Conformité Européenne)은 EU 시장에서 제품·서비스의 안전성과 품질을 증명하는 기본 요건으로, 한국 기업이 입찰 경쟁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해당 인증을 확보해야 한다. 폴란드 발주처들은 국제 입찰 시 인증 보유 여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어, 건설자재부터 철도 차량, 전기·통신 장비까지 유럽 표준에 부합함을 입증해야 한다.
둘째, 현지 파트너십과 실적을 구축해야 한다. 유럽 조달 시장에서 신뢰와 레퍼런스는 결정적인 요소이므로, 폴란드의 유력 건설사·엔지니어링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하도급으로 참여해 실적을 쌓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향후 단독 수주 시에도 평가점수 상 이점을 얻고, 발주처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셋째, 친환경·스마트 인프라 분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폴란드는 EU의 그린딜 정책과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공공 조달에서도 친환경 기술을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의 국가 조달 정책(2022~2025)에는 환경친화적 조달을 위한 의무 기준을 설정하고, 친환경 제품·서비스 목록을 개발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한국 기업이 친환경 기술 공급자로서 이미지를 구축한다면, 폴란드 조달 시장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ESG 경영과 탄소중립 기여도를 강조해 EU 조달 당국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입찰 제안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정책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유연한 대응이 중요하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하반기 중으로 제3국 기업의 조달 시장 접근에 관한 추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며 각 회원국의 입법 동향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폴란드 및 EU의 입찰 관련 법규 개정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입찰 자격 요건, 평가 기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처럼 EU 기금과 국제기구 자금이 혼합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조달 규정이 복잡하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법률 검토와 컨설팅을 통해 리스크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EU 조달 시장은 '개방과 제한'이라는 이중 기조 아래 재편될 전망이다. GPA 가입국의 법적 안정성을 지렛대로 삼아 철저한 현지화 준비와 차별화된 강점 제시로 무장한다면, 폴란드 공공 조달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한층 높아진 위상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료: Local Content in Public Procurement – police, law and practice in focus 세미나, KOTRA 바르샤바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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