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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토종 플랫폼이 만드는 새로운 OTT 시장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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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연방
  • 모스크바무역관
  • 2025-07-04
  • 출처 : KOTRA

서방 플랫폼 철수 이후 Kinopoisk·IVI 등 러시아 플랫폼 약진… 콘텐츠 시장 주도권 전환

러시아 OTT 생태계에서 떠오른 K-콘텐츠, 라이프스타일 수출로 이어져

모스크바의 TV 화면에는 더 이상 익숙한 붉은 N 로고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러시아어로 된 새로운 아이콘들이 자리잡았다. 가족들이 모여 키노포이스크(Kinopoisk)로 최신 러시아 드라마를 시청하고, IVI에서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를 찾아본다. 한편, 젊은 세대는 유튜브 대신 VK 비디오에 접속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시청한다.

 

서방의 거대 플랫폼이 떠나간 자리를 러시아 토종 OTT 서비스들이 채우며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러시아 시청자들의 스크린 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빠르게 성장하는 러시아 OTT 시장

 

지난 몇 년간 러시아 OTT(Over-the-top,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은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러시아 내 서비스를 중단했고, 2024년에는 정부 규제로 유튜브의 접속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며 사실상 차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러시아 OTT 시장은 폭발적 성장으로 응답했다.

 

시장조사업체 TMT 컨설팅에 따르면, 2024년 러시아 OTT 시장 규모는 1288억 루블(약 1조8959억 원)전년 대비 37%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통 유료방송을 처음 추월한 규모로, 러시아 미디어 소비의 중심축이 OTT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2021~2024년 러시아 OTT 시장 규모>

(단위: 억 루블)


[자료: TMT 컨설팅]

 

성장의 핵심 동력은 구독형 모델이다. 2024년 매출의 93%가 유료 구독에서 발생했고, 이용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기준 러시아 도시 거주자의 절반 이상인 51%가 OTT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 속에서 자국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며 구도가 재편됐다.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Yandex) 산하의 키노포이스크2024년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 32%로 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으며, IVI가 16%로 그 뒤를 이었다.


러시아 토종 OTT의 부상

 

러시아 OTT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주요 플랫폼들은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양대 플랫폼, 키노포이스크와 IVI(이비)가 있다.

 

원래 영화 정보 사이트로 출발한 키노포이스크(Kinopoisk)는 2018년 얀덱스에 인수된 후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화하며 거대한 생태계에 편입됐다. 얀덱스의 통합 구독 모델인 Yandex Plus는 월 399루블(약 6000원)의 가격으로 키노포이스크의 영상 서비스는 물론 음악 스트리밍, 전자책, 음식 배달, 심지어 택시 할인까지 묶어 제공한다. 이를 통해 키노포이스크는 원스톱 디지털 플랫폼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IVI는 러시아 최초의 본격 OTT로 2010년에 설립돼 독립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5000만 명 이상에 달하며, 할리우드 영화부터 유럽·아시아 콘텐츠, 어린이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2022년 서방 스튜디오들의 철수 이후로는 한국, 튀르키예, 인도 작품 수급을 대폭 늘리며 이용자의 관심을 끌었다. IVI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도 힘써 인기 러시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 독점 공개하고 있다. IVI의 월 구독료는 399루블( 6000) 책정돼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 국영 통신사 Rostelecom에서 운영하는 윙크(Wink), 영화관 체인과 연계하여 영화 매니아의 지지를 받는 오코(Okko),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신생 플랫폼 키온(Kion) 등 여러 개성 있는 플랫폼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동영상 공유 플랫폼도 인기

 

유튜브를 대신할 동영상 공유 플랫폼들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유튜브가 독보적인 창구였으나, 2024년 하반기 들어 사용이 어려워지자 대안을 찾아 움직였다. 이에 주목받은 것이 루튜브(RuTube)와 VK 비디오다.

 

루튜브2024년 ‘Reset’을 모토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해 시스템을 개선했다. 모스크바의 트렌디한 행사장에서 열린 루튜브 18주년 기념 행사에는 수백 명의 인기 블로거들이 초대됐고, 루튜브는 이 자리에서 새 수익화 프로그램과 자체 제작 쇼들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루튜브는 2024년 시청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2배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VK 비디오는 러시아판 페이스북이라 불리는 브콘탁테(VKontakte)의 방대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플랫폼이다. 원래 사용자들이 올리는 짤막한 클립 위주였지만, 최근 일반 동영상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동영상 허브로 변모했다. VK 비디오는 이용자 간 SNS 공유 기능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워, 친구 추천을 통해 콘텐츠가 확산되는 바이럴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그 결과 많은 러시아 유튜버들이 “이제 VK에서 나를 팔로우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활동 무대를 VK로 옮기고 있다.

 

VK 비디오의 크리에이터 아자맛 무사갈리예프(Azamat Musagaliev)의 예능 시리즈 볼쇼예 쇼(Bolshoe Show)는 단일 에피소드 기준 최대 32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지난 해 가장 인기있는 컨텐츠로 꼽혔고, ‘착한 꿀벌(Dobraya Pchela)’ 등 어린이 애니메이션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은 실시간으로 새로운 인기 콘텐츠를 쏟아내며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의 동영상 플랫폼 생태계는 정부 주도의 디지털 자립 기조 아래, 사용자 경험 향상과 콘텐츠 다변화를 통해 자국 시장을 지키며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루튜브와 VK 비디오의 메인 화면>



루튜브

VK비디오

[자료: 각 플랫폼 페이지]

 

달라진 콘텐츠 지도

 

콘텐츠 측면에서 러시아 OTT 업계는 구조적인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한때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드라마가 큰 축을 차지했으나, 2022년 이후 해외 주요 스튜디오들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더 이상 신작을 공식 공급하지 않게 됐다. 이에 러시아 OTT 플랫폼들은 발빠르게 방향 전환에 나섰다. 자국산 콘텐츠 비중을 대폭 늘리고, 서방을 대체할 다양한 해외 콘텐츠를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분석기관 TelecomDaily에 따르면, 러시아 대형 OTT 플랫폼에서 러시아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5%에 달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OTT에서 자국 드라마 비중이 20~3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돼, 2023년 한 해에만 러시아 온라인 플랫폼들이 100편 이상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논스톱'이라고 할 수 있는 시트콤 우니베르(Univer)의 새 시리즈 '우니베르 13년 후(Univer, 13 let spustya)', '파짠의 말(Slovo Patsana)'은 최근 러시아를 휩쓴 대표적인 자국산 드라마다. IVI의 콘텐츠 총괄 디렉터 이반 그리닌(Ivan Grinin)에 따르면, 러시아 드라마, 멜로드라마, 탐정물, 코미디 같은 장르가 특히 인기가 많으며, 최근에는 역사극과 스릴러를 결합한 콘텐츠도 주목받는 추세다.

 

영화 부문에서는 아직 외국산 콘텐츠가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점차 지형이 바뀌는 중이다. 러시아 OTT들은 과거에 들여온 미국·유럽 영화들의 장기 라이선스로 이용자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아시아 및 기타 지역 영화를 적극 수급했다. 러시아산 영화의 비중은 30% 내외로 아직까지 드라마에 비해 낮지만, 2023년 OTT를 통해 공개된 러시아 애니메이션 영화 체부라쉬카(Cheburashka)가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올리는 등 러시아 영화에 대한 소비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러시아 자체 인기 시리즈·영화>


시트콤 '우니베르, 13년 후'

애니메이션 영화 '체부라쉬카'

[자료: Kinopoisk]


또다른 주목할 변화는 해외 콘텐츠의 판도 변화다. 할리우드의 공백을 한국, 튀르키예, 인도 등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특히 K-콘텐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러시아 주요 OTT들이 앞다퉈 한국 콘텐츠를 확충하면서 이제 러시아 시청자들은 손쉽게 한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비에서 공개된 ‘도깨비’, 호텔 델루나’ 와 같은 한국 드라마는 러시아 Z세대 시청자들 사이에서 필수 시청 목록이 되었고, 영화 ‘기생충’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지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양은 비록 전체 콘텐츠 중 1% 남짓한 수준이지만 인기는 그 이상”이라고 평가하며, 거대한 자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IVI의 콘텐츠 총괄 디렉터 이반 그리닌(Ivan Grinin)은 KOTRA 모스크바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를 중점 육성분야로 강조하며 “플랫폼 내 한국 콘텐츠 카테고리는 성장세가 뚜렷하다”며, “2024년부터는 일부 한국 드라마를 방영 직후 러시아에서 동시 서비스하고 있으며, 반응이 매우 좋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시청자들은 더빙 품질에도 민감한 만큼, 선호하는 더빙 스튜디오와 협력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 플랫폼의 권리 제한으로 인해 러시아 및 CIS지역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제한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처럼 러시아 OTT의 콘텐츠 지도는 할리우드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원화되고 있으며, 현지 이용자들도 새로운 콘텐츠를 빠르게 수용하는 모습이다.


<IVI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컨텐츠>


[자료: IVI]

 

시사점

 

러시아 OTT 시장의 급변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서방 기업 공백으로 러시아에서 한류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 러시아 현지 플랫폼들은 글로벌 OTT의 틈새를 한국 콘텐츠로 메우는 데 적극적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콘텐츠 현지화, 공동제작 등 맞춤형 진출 전략을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 도서 등 K콘텐츠 전반의 진출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 9위 인구 대국 러시아에서 한류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에게 문화외교와 산업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본 러시아 시청자들이 한국 화장품과 식품, 패션에 관심을 갖고 구매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수출로까지 연결되는 긍정적 사례다.

 

한국 콘텐츠는 러시아의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준비된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러시아의 OTT 무대에 울려 퍼지는 한국어 대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협력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더 나아가 세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연결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자료: Vedomosti, Forbes.ru, RBC, sostav, TMT consulting, new-retail.ru, 한국콘텐츠진흥원, 각 플랫폼별 홈페이지, IVI 인터뷰, KOTRA 모스크바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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