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 연구와 교육 전통을 유지해왔는데, 이러한 학문 기반이 알고리즘, 최적화 등 AI 개발의 근간을 이루는데 기여한 면이 크다. 러시아의 주요 대학과 연구소들은 국제 수준의 알고리즘과 코딩 경진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매년 수만 명의 러시아 인재들이 참여해 실력을 겨룬다. ICPC 등 국제 프로그래밍 경진 대회에서 러시아인들이 지속적으로 상을 수상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AI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이즈베스티야’지에 따르면 러시아는 개발된 생성형 AI 모델 수 기준 세계 4위이며, AI 연구 프로젝트 수는 상위 20개국에 속한다. 

정부 '2030 AI 발전 전략' 추진, 민관 협의체 'AI Alliance' 등 운영

러시아 AI 산업은 정부 주도와 지원 성향이 강하다. '스탠포드대학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도입된 AI 관련 법률 수에서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2019년 러시아 정부는 대통령령(No 490) ‘2030 러시아 연방 인공지능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AI 시장 규모를 600억 루블까지, AI 산업의 국가 GDP 기여 규모를 11조 2000억 루블까지 확대한다는 목표이며, 정책 초기인 2022년에는 1,230억 루블(약 15억 달러, '25년 5월 환율 기준)을 투입했다. 이후 2025년 5월, 정부는 ‘AI개발센터’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이 조직은 정부 각급 기관의 디지털화 수준 격차 해결을 위해 통일된 준칙을 마련하고, 정부의 AI 우선순위 정책을 이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 러시아 연방 인공지능 발전전략’ 주요 목표 및 관련 정책>

[자료: 러시아 정부 홈페이지]

러시아 정부는 Yandex 등 러시아 기업 약 90개사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 ‘AI Alliance’를 운영하고 있는데, 투자유치, 표준개발, 인재양성 등 역할을 수행한다. 2024년에 ‘AI 기술의 윤리적 개발과 활용을 위한 선언문’, 러시아어 기반 언어 모델 평가를 위한 벤치마크 ‘MERA(Multimodal Evaluation for Russian-language Architectures)’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 및 기관 별 주요 인공지능 프로젝트>

[자료: 러시아 정부 홈페이지]

의료 분야 AI적용 활발

러시아는 보건부와 국영 병원 등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베도모스티’지는 2024년 AI의 정부조달 시장 규모를 8.9억 루블로 추산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수치다. 사립에 대비되는 공공 의료 서비스의 품질 저하와 비효율을 막는데 AI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K-Sky사의 질병 예측 서비스 Webiomed는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험 요소와 의심 질환을 식별해 이를 기반으로 발병 및 사망 가능성 등을 예측하는 솔루션인데, 주로 러시아 공공 기관에 조달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치아 이미지 및 영상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Diagnocat사는 전세계 30개국 1,000개사의 파트너사를 둔 회사로, 지금까지 230만 건의 보고서를 생성해 제공했으며, 일반 치과 질환의 경우 진단 정확도가 90%를 넘는다고 평가된다. 이 밖에 유방 및 흉부 이미지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Third Opinion, 의료 이미지 분석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한 Celsus 등의 기업이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 제조 및 로봇 시장 성장세

서방의 경제제재 이후 한층 강화된 제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스마트제조 시장이 활발하다. 2024년 러시아의 산업 자동화 시장 규모는 약 2070억 루블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이의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2월, ‘베도모스티’는 러시아의 제조 SI(시스템통합) 기업 Ultimatek사 등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2024년 러시아의 ‘자동 공정 제어 시스템(APCS)’ 시장이 전년 대비 약 50% 성장하여 1241억 루블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기업의 산업용 로봇 수를 약 9만9000대로 늘리고, 로봇 밀도 측면에서 러시아를 세계 25위권에 진입시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과업은 러시아 산업통상부가 약 3500억 루블을 배정한 연방 프로젝트 '산업용 로봇 개발 및 생산 자동화' 틀 안에서 추진되고 있다.

Sber, Yandex 등 빅테크 기업들의 AI 전문화

러시아 기업 Sber는 은행을 넘어, AI를 중심으로 한 테크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수퍼컴퓨터 Christofari Neo를 운영하며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진행하고 있으며, SberCloud, SberMedi, SberDevices 등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Sber가 출시한 생성형 AI 챗봇 Giga Chat과 이미지 생성 모델인 Kandinsy의 사용자 수는 18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25년 3월 기준 약 1만5000개사의 기업이 Giga Chat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2025년 3월 출시된 GigaChat2.0은 러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신경망 모델로 평가되는데, 일부 평가 항목에서 GPT-4와 DeepSeek-V3를 포함한 글로벌 경쟁사를 능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GIGA Chat은 아직 러시아어에 비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한국어 사용도 가능하다. 

Sber는 매년 말 러시아 최대 AI 포럼인 AI Journey를 개최, 러시아의 AI 개발 성과를 홍보하고, 국내외 AI 기업 및 전문가들간 교류의 장을 제공한다. 2024년 행사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행사의 기조 연사로 참여해 생성형 AI 발전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Sber의 AI관련 주요 자회사/합작회사/사내조직 현황>

[자료: KOTRA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 

<Sber의 GigaChat2.0 테스트 예시>

* 주: 답변 내용 중 일부는 AI환각(hallucination) 등 오류가 있을 수 있음

[자료: KOTRA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 

<이미지 및 영상 생성 서비스 Kandinsky 테스트 예시>

[자료: KOTRA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

러시아 최대 IT기업인 Yandex(얀덱스)는 'YandexGPT'를 개발하여 자사 서비스 생태계의 핵심으로 키우고 있는데, YandexGPT가 장착된 AI 비서 Alice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챗봇으로 평가된다. 최근 공개된 YandexGPT5(Lite Instruct버전)는 MMLU 등 AI 벤치마크 평가에서 'GPT-4oMini'에 준하거나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 Yandex는 자체 개발한 기계학습 라이브러리(오픈소스)인 CatBoost, 알고리즘 MatrixNet 등도 제공한다. 

<Yandex의 AI관련 주요 서비스>

[자료: Yandex 홈페이지]

 <‘YandexGPT5 Lite Instruct(pretrained단계)’ 벤치마크 평가(달성률)>

* 주: IFEval_RU, DEOP_RU 등 지표는 Yandex 자체적으로 조정, 개발된 벤치마크, Qwen은 Alibaba Cloud가 개발한 LLM AI

[자료: YandexGPT5 홈페이지]

<YandexGPT5 테스트 예시>

[자료: KOTRA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

러시아 최대 이통사인 MTS는 최근 90개 이상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하는 개발자용 AI 비서 ‘Kodify 2’를 출시했다. 2021년에 안면인식 솔루션 기업인 ‘Vision Labs’ 인수 후 러시아 전역 3500개 판매점을 통해 안면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화상회의 솔루션 MTS LINK, 핀테크 MTS Bank, 영상 스트리밍 KION, 자전거/킥보드 공유 Urent, 광고 플랫폼 MTS Marketolog 같은 서비스에도 AI가 적용된다. MTS의 5G 인큐베이터를 총괄하는 Kurin Dmitry는 최근에 비즈니스 솔루션 등의 부분에서 AI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MTS의 AI관련 솔루션 및 서비스>

[자료: KOTRA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

러시아 최대 유선통신사 Rostelecom은 15개의 네트워크 장비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통신 부문의 제조 현지화(localization)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향후 5G 주파수가 결정될 경우, 러시아 전역에 기지국 설치를 추진하게 된다. 전국적 통신망을 기반으로 스마트시티나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Rostelecom의 국제협력부 부장인 'Khalevinsky Andrey'에 따르면 러시아 지방 자회사 등을 통해 스마트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구현될 경우 이를 러시아 전 지역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예로, 일부 지방에서는 꿀벌 개체 수 및 움직임 분석 등 AI를 통해 지역 농가의 꿀 생산 확대를 지원하는 ‘스마트벌통(Smart Hive)’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VK(소셜), VTB(은행), Beeline(이동통신), Megafon(이동통신), Avito(중고거래), Kaspersky(정보보안), 2GIS(네비게이션)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발, 제공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Smart Ranking’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SNS 플랫폼인 VK의 경우 AI 검색 및 추천, AI 갤러리 등을 바탕으로 2023년 매출액에서 러시아 AI 기업 중 Yandex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Avito가 서비스 중인 챗봇 ‘A-Vibe’ 모델은 러시아 AI 모델 품질 테스트 ‘MERA’에서 경량 모델 부문중 OpenAI와 Google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Gerwin(텍스트, 이미지 생성), Shedevrum(YandexGPT 기반 이미지 생성), Maestro(악보 생성), Porfirievich(OpenAI 기반 유명작가 스타일 텍스트 작성), CopyMonkey(소셜용 텍스트 생성), Vseznaika(자료 작성) 등의 회사도 활발히 활동하는 AI 기업이다. 

AI 국제 협력 확대

러시아는 BRICs 국가 중심으로 AI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12월,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브릭스 연합(BRICS+AI Alliance) 설립을 발표했다. RDIF는 초기 단계에서 브라질, 인도, 중국, 이란,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 20개 기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러시아 정부의 민관 AI 협의체 'AI Alliance'에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 13개국 ICT 기관‧협회들이 해외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AI 협력이 지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Sber의 제1부행장 ‘알렉산더 베디아킨’은 ‘DeepSeek’를 언급하며 중국과 공동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은행인 VTB는 중국에 ‘AI 역량 센터’를 설립해, 웨어러블(스마트폰, 안경, 시계 등), 가전, 자동차 등 기기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부족한 AI 테스트 환경을 중국을 통해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러시아의 과제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은 시장 발전의 중요한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서방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면서, 외국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했던 러시아 기업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러시아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채용 난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러 최대 HR회사인 'HH'에 따르면 산업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최근 2년간 채용 수요가 30% 증가했으며, 향후 5년간 150만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족한 GPU도 문제로 지적된다. Yandex에 따르면 2023년 기준 Yandex는 1592개의 ‘Nvidia A100 80G’ 그래픽 프로세서를 보유하고 있고 Sber의 수퍼컴퓨터인 Christofari와 Christofari Neo는 각각 1200개와 5600개의 Nvidia 그래픽 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Rostelecom 부사장 ‘Darius Khalitov’에 따르면 현재 계획된 ‘러시아 데이터 센터’ 구축에는 2030년까지 7만 개 이상의 ‘Nvidia A100’ 그래픽 카드에 상응하는 용량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제재 이후 서방 기업과의 기술 및 투자 협력 축소, 계속되는 고금리(20%대의 기준 금리) 등으로 인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위축 가능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나타나고 있다. 

시사점

러시아 AI 산업은 정부 주도 하에 민관이 긴밀히 협업하는 체계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AI 정책 추진을 일원화하고 거의 모든 부처 서비스에 AI 도입을 확산시키면서 국가 차원의 소버린(sovereign) 범용 AI 서비스와, 대형 테크 기업들을 중심의 분야별 수직형(verticla) AI가 결합, 확산되는 추세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브릭스(BRICs), 특히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AI 산업 혁신의 실리를 확보하는 양상이다. 우리 기업들은 빠르게 변모하는 글로벌 AI 시장의 재편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글로벌향 인공지능(Born-global AI) 개발 전략을 잘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자료: AI Russian Federation, Sber, Yandex, 베도모스티, KOTRA 노보시비르스크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