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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 - 美 마이크론 투자유치 사례 분석 산업통상자원부 황승완 서기관 투고
-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
- 공급망 해외이슈
- 전세계
- 정유나
- 기업명 :
- 2023-01-19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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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된지 얼마되지 않은 22년 10월, 마이크론사는 뉴욕주 중부지역에 위치한
오논다가 카운티(Onondaga County)의 작은 도시인 클레이(Clay)에 1,000억 달러(한화 130조원, 환율 1,300원
기준)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의 큰 성과로 홍보되었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
계획이다보니 미국 전역으로도 뉴스 보도가 이어졌으며, 시라큐스 지역에서는 발표 이후 몇 달간 지속적으로
투자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 분석과 함께 투자 유치의 원인들에 대한 뉴스가 이어졌다. 이에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미국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의 노력을 살펴보고, 대규모 투자 유치의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 투자 발표회 당시 사진 (왼쪽부터 주지사, 마이크론 CEO, 척 슈머 상원의원, 출처 Syracuse.com)투자 계획 발표는 시라큐스 대학에서 이뤄졌는데 캐시 호컬 (Kathy Hochul) 뉴욕 주지사와 샌제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CEO가 참석하였으며, 같은 달 27일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시라큐스를 방문하여 마이크론의 투자 결정을 환영하는 연설을 했다.
마이크론 투자의 지역 경제적 효과를 우선 살펴보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반도체 공장을 통해 발생하는 직접 일자리는 9천개로 예상되며, 간접적으로는 지역 사회에 4~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발표되었다. (현재 오논다가 카운티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곳은 업스테이트 대학 의료시스템 (Upstate University Health System)으로 9,500여 명을 고용하고 있고, 2위는 시라큐스 대학으로 4,600명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향후 오논다가 카운티에서 민관을 통틀어 1,2위의 고용주가 될 전망이다.)
미국 국가 측면에서도 마이크론의 투자는 반도체 공급망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이크론은한국 반도체의 주력 상품인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세계 3위 기업으로, 그동안의 연구개발은 미국에서 주로 이뤄지고 실제 반도체는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었다. 이번 투자 결정 과정에서도 마이크론이 해외 투자 및 미국내 투자를 모두 고려하였지만, 미 의회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통과에 따라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을 미국에 설립하기로 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있다. 이에 따라 향후 메모리반도체의 상당 부분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충당될 수 있을 것이다. 오논다가 카운티는 투자 확정 이후, 마이크론과의 투자유치 협상이 단 시간내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 1년 반 가량
투자 유치를 위한 긴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언급했다. 협상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당연하게도 돈과 관련된 부분이었다고 한다. 뉴욕주는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어 중부·서부 주들에 비해 땅값이 비쌀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뉴욕주의 시라큐스 지역이 텍사스 등 경쟁지에 우위를 가지는 부분은 삶의 질 부분이었다고 한다. 마이크론의 부지 평가팀은 후보 지역을 현지 방문하여 평가하였는데, 조용하고 안전하며 대학도시로서 고급인력이 풍부한 시라큐스를 살고 싶은 도시로 평가하며 좋은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이 곳이 반도체 공장을 짓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점도 큰 메리트였다. 첨단 반도체 공정은 엄청난 양의 전력과 물을 필요로 한다. 시라큐스 근처에는 765kV의 고압 송전선이 지나고 있으며, 오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가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은 향후 필요한 물(하루에 2천만 갤론)의 절반을 온타리오 호수에서 끌어올 예정이며 나머지 절반은 폐수를 처리한 물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카운티는 추가적으로 2억 달러를 들여 폐수 처리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하였다.)
◀ 투자 예정지 사진 (출처 Syracuse.com)
카운티 정부에서 수년간 전략적으로 광활한 공장 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미개발 상태의 대규모 습지를 사들였다. (3년 전, 총 2,500만 달러를 들여 399에이커의 땅을 구매하고, 올해까지도 계속해서 주변 땅을 사들여 1,400에이커 규모로 땅을 확보하였다.)
지방정부가 기업 대신 땅을 매입하자 기업이 직접 민간 땅 주인과의 매수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 투자가 훨씬 쉬워졌다. 마이크론은 카운티로부터이 땅을 3천만 달러에 구매하기로 계약하였다.
오논다가 카운티에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마이크론 투자 프로젝트를 대비하기 위해 수 십명의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기도 하였다. 엔지니어링 회사인 Ramboll사와 부지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Spectra Engineering사는 환경 규정 검토를 맡았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좀 더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지역의 투자 여건을 평가하여 마이크론에 제시할 수 있었다.
좋은 부지여건 및 지방정부의 실무적인 노력 이외에도 정치적인 부분도 투자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최근 미국에 반도체 공장 투자가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22년 8월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 덕택이다. 이 법은 미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신규 투자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을 주로 담고 있다. (총 520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며 기업당 최대 30억 달러 지급이 가능하다. 또한 최대 25%의 연방 세금 공제가 가능하며 세금 환급에는 상한선이 없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이 법을 제안하고 통과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의원(Sen. Chuck Schumer)이라는 점이다. 그의 지역구가바로 투자지역인 뉴욕주이며, 그는 CNBC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반도체 지원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론 CEO와 50번 넘게 통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방정부 및 정치권의 노력 외에도 지역 정치권의 노력도 더해졌다. 뉴욕주 의회는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한 직후인 22년 8월 “Green Chips 법”을 통과시켜 마이크론이 연방 세금 공제 외에 향후 20년간 58억 달러 규모의 주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카운티에 납부하는 재산세(Property tax)도 향후 49년간 2억 84백만 달러를 감면받아 총 8천450만 달러만 납부하면 된다. (source : Syracuse.com. “Micron would get $284M tax break under proposed county deal”. 22.10.30)
마이크론이 향후 계획대로 20년간 1,000억 달러의 투자와 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면 연방정부, 뉴욕 주정부 및 카운티 정부 등으로부터 약 90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연방정부 보조금 30억 달러, 주정부 58억 달러 세액 공제 등을 포함하며, 이와 별도로 연방정부의 25% 세액 공제는 향후 확정될 예정이라 총 지원 규모는 9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source : Syracuse.com. “Micron eligible for at least $9 billion in incentives for Clay project amid industry downturn”. 22.10.9)
이상으로 마이크론사의 반도체 공장 투자건의 효과 및 결정요인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바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분야 투자와의 비교이다. 흥미롭게도 이번 마이크론 투자건과 아주 비슷한 투자계획 발표가 ’19년에 있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에 120조원을 투자하여 4개의 반도체 공장(FAB)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건설이나 투자 규모가 마이크론의 경우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SK하이닉스의 투자계획에는 대기업의 반도체 공장만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부지 내에 소재, 부품, 장비 등 연관기업이 입주,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반도체 상생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도 용인시로 투자 위치를 결정한 이유가 전력, 용수 등 인프라 확보에 유리하며 수도권과 거리가 가까워 전문인력 유치에 강점이 있었기 때문으로 시라큐스 지역의 마이크론 유치 요인과 비슷하다. 다만 SK하이닉스의 투자는 계획 대비 지연되고 있는데 민간 부지 매입 및 인근 지역과의 인프라 설치 관련 인허가 절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의 투자건도 계획 발표 이후 급격하게 악화된 반도체 업황으로 인해 당초 대비 지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국내 관측도 있다. 앞으로 두 건의 투자가 어떻게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며, 두 국가의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