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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나라경제기고]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계시장을 개척하라
  • 직원기고
  • 중국
  • 선전무역관
  • 2025-02-01
  • 출처 : KOTRA


윤보라 KOTRA 중국 선전무역관 차장


중국 첨단 제조의 심장과 같은 도시, 선전에서 중국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때가 많다. 과거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제조하고, 한국산 소비재를 수입해 판매하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만난 중국 기업들이 오히려 자사 제품을 한국에 판매하고 싶다며 에이전트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자사의 공급망이 이미 국산 제품으로 완비돼 해외 제품을 수입할 의향이 없다고 밝히기도 한다. 한국 제품의 기술과 품질의 우수성에 관해 이야기하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중국산 제품도 쓸 만하다”라고 답하는 일도 있다. 중국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난도가 예전보다 높아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중국은 정말 뚫기 어려운 시장일까? 미중 갈등 등 리스크가 커진 만큼 제3국으로 타깃 지역을 전환하는 것만이 방법일까? 이 거대한 시장을 완벽하게 대체할 만한 시장이 과연 지구상에 있을까? 부상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어깨에 올라타 함께 세계시장을 개척할 수 없나?

중앙집권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중국은 정책 결정과 집행 속도가 빠르고 효율적이다. 한번 결정한 정책은 장기간 꾸준하게 추진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제조 2025’다. 이는 중국 제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약 10년간 흔들리지 않고 추진된 국가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이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중국판 강소·중견기업인 ‘전정특신(專精特新)’ 기업을 지속해서 육성해 왔다. 제조업, 특히 첨단 제조 분야에 많이 포진해 있는 전정특신 기업은 산업구조가 비슷한 우리나라 기업에 위협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오히려 숨어 있던 기회가 보인다.

1만3천여 전정특신 작은거인 기업,
혁신산업 협력 파트너로 주목해야


전정특신 기업은 중국 중소기업 성장 단계에서 허리에 해당하며 전정특신 중소기업과 전정특신 작은거인 기업으로 구분된다. 2023년 기준 전정특신 중소기업은 13만5천 개사, 전정특신 작은거인 기업은 1만3천 개사가 선정됐다. 전정특신 중소기업은 취급 제품과 서비스가 정교하고 차별화됐으며 전문성을 보유했다. 전정특신 작은거인 기업은 향후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3위 안에 드는 챔피언 기업으로 성장할 핵심 기업으로, 산업의 핵심 분야나 공급망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혁신성이 뛰어난 기업이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협력 파트너로 주목해야 할 기업군이 바로 전정특신 작은거인 기업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베이징 다음으로 전정특신 작은거인 기업이 많은 도시다. 2023년 기준 756개사가 포진해 있다. 이들을 만나보면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을 수출 혹은 투자의 대상국으로 보는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니즈를 파헤쳐 보면 새로운 협력 가능성이 보인다.

첫 번째는, 새로운 혁신 제품·서비스 및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전정특신 기업은 국가 정책에 맞춰 공급망을 자국산 제품·서비스로 채운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중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혁신 제품의 경우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게 중국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출을 희망하는 우리 혁신기업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두 번째는, 스마트 제조 및 디지털화 과정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정특신 기업은 산업 구분 없이 스마트 제조와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야만 전정특신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하지만, 선정된 이후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자동화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관련 제품을 공급할 여지가 있다. 선전에서 만난 한 전정특신 작은거인 기업은 공장의 스마트화 프로젝트를 주로 하는 기업인데 한국산 솔루션에 대한 신뢰가 있다며 향후 한국 기업과의 협업 의향을 밝혔다.

세 번째는, 제3국으로의 공동진출 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전정특신 기업의 대다수는 해외시장 개척에 매우 적극적이다. 전정특신 기업 중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아예 처음부터 타깃시장을 선진국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가령 전자빔 경화 장비를 취급하는 한 기업도 타깃시장을 유럽으로 잡았는데, 유럽의 깐깐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부품과 소재의 품질에 집중하고 있고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산 제품을 수입하고 싶어 한다. 


C커머스 플랫폼, 글로벌시장 진출의 킥!
경쟁 너머 숨어 있는 협력 가능성 봐야


과거 10년간 변하지 않은 것이 또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것과 소비 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해외 소비재 제품 수입을 늘렸으며 이를 위해 2017년에는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입 관세율도 하향 조정하며 수입의 문턱을 낮췄다. 이 기간에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이 부상했다. 중국 소비재시장은 과거 10년간 해외수입 제품 증가에 따른 양적 성장과 함께 디지털 인프라로 인한 질적 성장도 거듭한 것이다.

전정특신 기업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파트너라면,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은 소비재 분야에서 다시 눈여겨봐야 할 협력 파트너다. 알리바바, 테무, 쉬인 등 중국 플랫폼들의 거침없는 질주를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은 물론 세계시장으로의 진출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보유한 빅데이터, 고객관리 전략과 이들이 추진하는 디지털 마케팅, AI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 스마트팩토리 운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시장에 조금 더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일례로 알리바바는 보유한 빅데이터를 자사와 협력하는 외부 기업에도 개방해 활용토록 한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효율적인 고객관리와 개인화 마케팅과도 연결되고, 알리바바와 협력하는 기업의 매출과 직결된다. 이를 잘 활용한 성공 사례로 영국의 다이슨을 들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다이슨은 상품별 고객 간 연관성이 크지 않아 고객 행위와 특성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기존 고객을 활용하지 못하고 ‘맨땅에 헤딩’하듯 신규 고객을 유치하던 다이슨은 알리바바에 고객 재분류와 타깃 마케팅을 의뢰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알리바바, 쉬인, 테무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들은 이제 중국에서 한국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단방향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테무와 쉬인이 미국 상품을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하고, 한국 상품을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하는 글로벌 세일즈와 공급사슬을 구축했듯이 글로벌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국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물어지는 시기가 왔다.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과 협력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한국 기업에 중국 기업은 더 이상 과거의 익숙한 파트너가 아니다. 변화한 현실 속에서 경쟁 상대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속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경쟁 너머에 숨어 있는 협력의 가능성이 보인다.

전정특신 작은거인 기업들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혁신성과 글로벌시장 개척 의지를 공유할 수 있는 잠재적 파트너다. 그들은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 글로벌시장에 함께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또한 마찬가지다. 알리바바, 쉬인, 테무 같은 기업들은 세계 소비시장을 연결하며 국경 없는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들과의 협력은 우리 기업이 중국이라는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도구와 동력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설 용기를 가질 수 있느냐다. 경쟁을 두려워하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협력을 통해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출처: KDI 나라경제

https://eiec.kdi.re.kr/publish/columnView.do?cidx=1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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