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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나라경제기고] 브라질은 어떻게 우리 경제의 활로가 될 수 있나?
- 직원기고
- 브라질
- 상파울루무역관 최익근
- 2024-04-01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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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범 무역관,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교토삼굴. 지혜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고, 절박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활로를 찾는다. 해방·정전 이후 대한민국은 한미동맹, 시장경제, 수출로 살길을 찾고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70년간 우리 경제를 이끈 활로가 변형되고 좁아지고 있다. 저출생·인구절벽과 공급망 분절을 초래한 지정학적 위기는 우리 경제가 과거 방식으로는 헤쳐 나가기 어려운 과제다. 막연한 불안이나 희망이 아닌, 냉정한 판단으로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수출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경제 활로는 더 많고 더 넓은 해외 진출에서 찾아야 한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 포스트 차이나 거점으로서 경쟁국의 진출이 활발한 동남아·인도만으로는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기존 경제안보의 틀도 주도적으로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더 넓은 시각으로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우방국과 경제적 결속을 유지하며 진영 너머까지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게 우리 경제의 활로다. 이런 점에서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우리 경제 활로를 넓힐 기회와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식량·에너지·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 선도국
현장에서 경험한 브라질은 오랫동안 거대한 잠재력만 지닌 과거의 브라질이 아니다. ‘브라질 코스트(브라질 특유의 제도적·관행적 장애물로 겪는 애로사항)’란 악명에서 비롯된 편견과 달리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먼,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나라이며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더 많은 시장이다. 글로벌 원자재 수급에 의존한 과거와 달리 지속적 투자와 인프라, 생산 효율성 개선을 통해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경제 체질로 변모하는 브라질을 주목해야 한다.
단순한 시장이 아닌 ‘글로벌 거점’으로서 브라질은 도전적인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최적의 나라 중 하나다. 2억2천만 인구의 브라질 단일 시장뿐 아니라 메르코수르, 중남미 전역은 물론 북미, 아프리카, 유럽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거점이 브라질의 진정한 활용 가치다. 현재 브라질 내 주요 투자 경쟁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가할수록 글로벌 제조업과 투자는 최종 소비시장, 원자재 조달, 에너지 공급처에 가깝게 이동한다. 공급망이 세계화에서 지역화·블록화로 재편되는 와중에도 브라질은 미중 양국 투자가 교차하는 최대 투자 지역이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로서 브라질은 미중과 다른 투자 유인도 갖고 있다. 우선 지정학적 확장력과 레버리지다. 브라질은 미국·일본·유럽과 중국·러시아 진영 간 갈등·대립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로, 북미, 동남아·인도 등과 비교해 확장성에 차별적 우위가 있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 중 진영 간 갈등·장벽없이 교역이 이뤄지는 나라는 브라질이 유일하다.
브라질은 우리 경제 주요 이슈와 협력, 주력 산업 및 미래 산업 상생 발전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공급망, 자동차, 우주항공, 스타트업, 의료바이오는 브라질 현지진출 성과가 가장 기대되는 협력 분야다. 대표 분야만 살펴보자.
우선, 지정학적 위기 대응과 경제안보의 큰 틀에서 브라질과 가장 중요한 협력 분야는 공급망이다. 브라질은 철광석, 니켈, 니오븀, 리튬, 실리콘메탈 등 주요 광물의 생산·수출국이다. 희토류 매장량 세계 3위 등 미개발 매장 자원도 상당하다. 최근 글로벌 공급 비중이 늘어난 석유 자원도 주목해야 한다. 브라질 정부의 전망대로 현재 세계 9위 산유국에서 4위로 부상하면 석유 자원 주도권은 중동에서 미주 대륙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미국, 캐나다와 함께 브라질이 상위 산유국에 합류하고 브라질과 가까운 베네수엘라, 가이아나의 생산량까지 늘어날 경우, 브라질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석유 자원의 지정학적 변동은 에너지와 밀접한 제조업과 미래 산업의 지형까지 바꿀 수 있다.
브라질은 미국과 함께 대두, 옥수수 등 세계 식량 공급망도 주도하고 있다. 미국보다 다섯 배 높은 물류비용에도 경작지와 곡물 수출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중 간 공급망 단절로 브라질은 중국의 최대 식량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브라질 식량 의존도는 철광석 수입과 함께 쉽게 줄어들거나 대체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브라질은 무역 의존도가 낮아 글로벌 교역 여건 변화에도 부담이 작고, 핵심 자원 대부분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 공급망 리스크보다 이니셔티브가 크다. 경제성 있는 공급망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면 브라질은 우리 기업과 경제안보에 큰 힘이 될 수 있다.에탄올 자동차 확대는 우리 내연기관 부품사에 기회…
우리와의 우주항공 발사체 부문 협력에도 적극적
아울러 브라질은 28개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진출한 국가다. 브라질에서 생산한 차량 대부분은 에탄올과 가솔린 겸용의 혼합연료 차량(Flexible Fuel Vehicle)이다. 최근 브라질 정부는 완성차를 대상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대규모 감세와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토요타는 혼합연료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포함한 3조 원대 브라질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가 주도하던 미래차 전환 흐름에 브라질 에탄올 차량이 변수가 되고있다. 브라질은 에탄올 자동차 확대가 전기차 도입보다 탄소배출 감축과 친환경에 더 부합한다고 분석한다.
브라질은 에탄올 원료인 사탕수수의 주요 생산국이고 내수 기반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전기차 전환 유인이 적다. 브라질에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전기차가 혼합연료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기업의 30%를 차지하는 내연기관 부품사에 브라질 투자진출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브라질에 진출한 우리 완성차업체도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시간과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협력 분야는 우주항공 발사체다. 우주산업 후발 주자인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발사체 사업 비용 절감이 핵심이다. 제한된 예산으로 더 많은 우주 발사를 통해 발사체 성능을 입증하고 개량해야 우주항공 선도국을 따라잡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우주 발사체를 성공시킨 알칸타라 우주센터처럼 브라질은 최적의 우주발사장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적도에 가까운 저위도에선 같은 무게도 더 적은 연료로 쏘아 올릴 수 있다. 주변 인구, 선박·항공 교통 밀도가 낮고 기상악화나 안보 여건 등 발사 제약 조건도 적다.
가장 가까운 경제·안보 동맹국과도 우주항공 기술협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기술과 자본에서 월등히 앞선 우주항공 선도국들을 우리 노력만으로 따라잡긴 어렵다. 보유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중 활용하고 최적의 파트너와 힘을 모아야 한다. 민간 우주산업의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내 기업 수요뿐 아니라 해외 수요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 브라질은 미국, 유럽 다음으로 민간 항공기 산업·기술이 발전한 나라지만 우주 발사체 기술은 항공산업에 미치지 못해 우리와의 협력에 관심이 높다. 자국 내 군사·안보, 산업·경제 목적의 위성 발사체 수요도 늘고 있고 인근 남미 국가 수요도 추가로 확보하기 유리하다. 민주적·개방적인 리더십을 지닌 브라질과의 협력은 양국 모두 윈윈하는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제국들이 신대륙에 진출하고 세계사의 새로운 장을 연 것처럼 우주는 우리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 우리 경제 활로가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확장되고 무한한 우주로까지 이어지길 절실히 응원한다.출처 : KDI나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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