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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본 '제9차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참관기
  • 현장·인터뷰
  • 러시아연방
  • 블라디보스톡무역관
  • 2024-09-19
  • 출처 : KOTRA

총 75개 국가 및 지역의 기업인 7000여 명 참가

4일 간 118개의 비즈니스 세션 개최...중·러 경제협력 테마가 다수

<제9회 동방경제포럼 개요>

행사명

제9회 동방경제포럼

개최 기간

2024년 9월 3일(화)~6일(금)

장소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학교

주최

Roscongress

개최 연혁

2015년부터 매년 개최, 올해 9회째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 이슈로 미개최)

참가 규모

75개 국가 및 지역에서 7000명 이상 참가

주요 내용

본회의(Plenary Session), 비즈니스 세션, 비즈니스 대화 등

주요 참석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한정 중국 부주석,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자료: 동방경제포럼 홈페이지, KOTRA 블라디보스톡 무역관 정리]


지난 9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제9차 동방경제포럼(East Economic Forum, EEF)이 열렸다. 동방경제포럼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 이은 러시아 제2대 포럼으로 2015년부터 개최돼 왔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매회 참석 중이다. 해당 포럼엔 전통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태지역 지도자들이 참석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러-우 사태의 영향으로 올해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만 고위급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동방경제포럼 주최사인 Roscongress에 따르면, 이번 포럼엔 75개 국가 및 지역 출신 기업인 7000여 명이 참석했다.


제9회 동방경제포럼 기간엔 7개 소주제(①사람/교육/애국심, ②국제 협력의 새로운 곡선, ③극동의 러시아, ④기술 독립, ⑤마스터플랜: 건설에서 경제까지, ⑥교통과 물류, ⑦ 재무적 가치 시스템) 관련 비즈니스 세션 118개가 열렸다. KOTRA 블라디보스톡 무역관은 중러 비즈니스 대화를 비롯해 현장에 설치된 일부 홍보관을 방문했으며, 이를 통해 강화되고 있는 중러 경제협력 동향을 파악했다.


제9회 동방경제포럼에서 드러난 '중국'의 존재감


비즈니스 세션 118개 중에서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세션은 10개였다. 특정 국가를 주제로 하는 비즈니스 세션이 1~2개인 점을 고려하면, 10개는 상당히 많은 숫자로 보였다. 개최된 중러 비즈니스 세션 주제는 다음과 같다: ①중국 시장에서 러시아 중소·중견기업의 가능성, ②확대 BRICS: 글로벌 안정의 새로운 구성 요소, ③중러 우호·평화·발전위원회 지역 간 협력분과 회의, ④의약품 산업 분야 중러 협력, ⑤러시아 내 중국 비즈니스: 새로운 지평선,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의 장점, ⑥대(大) 유라시아 협력: EAEU(유라시아경제협력기구), SCO(상하이협력기구), BRICS의 제조업 체인(chain) 개발 경험, ⑦러시아-중국 비즈니스 대화, ⑧BRICS, RIC(러시아-인도-중국)을 활용한 유라시아 내 삼국 경제협력: 시너지와 이익의 균형, ⑨중러 자동차 산업 협력: 새로운 가능성과 혁신, ⑩러시아와 중국: 같이 2060년 탄소중립을 향해.


<중러 비즈니스 대화>

[자료: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촬영]


3일 차에 개최된 중러 비즈니스 대화에는 많은 방문객들이 몰렸다. 중국 측 스피커로는 러시아 주재 중국기업인연합회 회장, CNPC(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 부사장, 러시아 특명전권대사, NewNew Shipping 사장, China logistics Group 사장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 스피커로는 모스크바 로모노소프 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 대학 학장, VTB 은행 국제결제개발팀 부장, 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 사장, 러시아 투자회사인 AFK 부사장, Russian Export Center 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북극항로 등의 물류 협력, 에너지 협력, 소비재 수출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가장 많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끈 주제는 단연 수출대금 송금 문제였다.


현재 중국에서 유일하게 지사를 운영 중인 VTB 은행의 국제거래개발부장은 "최근 중국 은행이 세컨더리 제재를 우려해서 대러 송금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SWIFT가 아닌 독립적인 거래를 하는 VTB 은행은 중러 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중러 기업인들의 송금 문의가 많아지면서 업무도 늘어나 직원을 늘렸다. 어려움은 있지만, 거래는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러시아 Russian Export Center 사장은 "최근 러시아 제품의 대중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식품, 소비재 위주로 수출이 진행 중이며, 특정 러시아 제품은 중국 틱톡(TikTok)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천만 위안 매출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CNPC 부사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서도 알 수 있었듯, 양국의 에너지 협업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은 북극항로, 녹색에너지, 신(新)실크로드, 탄소중립, 태양력발전, 풍력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러시아 측 스피커는 극동지역에 중러를 잇는 교각 등 관련 인프라가 건설되며 양국 간 인적 물적 교류가 늘었다면서 "위안화와 루블화 간 거래는 정당하며, 일부 국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위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션은 전체적으로 중러의 경제협력의 성과와 실무적 어려움(주로 대러 송금 관련 애로)에 대한 사례를 나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포럼장 메인 입구에는 중국의 자동차 업체인 홍치(HONGQI)의 홍보관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메인홀에도 큰 홍보부스가 있었다. 부스를 찾는 방문객도 많았는데, 이를 통해 최근 블라디보스톡을 비롯한 러시아 지역에서 중국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자동차 애호가인 익명의 러시아인은 KOTRA 블라디보스톡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 이후 한국, 일본, 독일 자동차가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면서 중국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 중국차는 디자인도 세련되고, 자동차부품 수급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포럼장 입구에 설치된 중국 홍치(HONGQI) 자동차 전시관>

[자료: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촬영]


메인홀에선 러시아 국영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를 비롯해 운송회사인 FESCO, 스베르은행 등 기업 부스와 타타르스탄주, 추코트카주 등 지역의 홍보부스도 운영됐다. 특히 타타르스탄주의 홍보부스에서 '중국-타타르스탄' 우호 행사가 열리고, 중국어 팸플릿과 포스터가 홍보부스 곳곳에 게시돼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동방경제포럼 메인홀 부스>

[자료: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촬영]


동방경제포럼 주요 성과: 협정 건수로는 중국이 1위


주최사인 RosCongress는 제9회 동방경제포럼에서 체결된 협정(계약, MOU 등)의 규모가 5조5693억 루블(약 611억4821만 달러)에 달하고, 건수는 311건이라고 밝혔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 간 협정이며, 외국기관 간 체결된 협정은 총 27건, 러시아 중앙부처 및 주정부 간 체결된 협정은 15건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큰 규모의 경제 프로젝트 협정을 러시아 측과 체결했다.


<외국기관 간 체결된 주요 협정>

체결 주체

주요 내용

(러) 자바이칼 주

(중) 광산회사 후이타이

베레조프스키 광산 채굴량 확대 및 출입 시설 현대화 프로젝트

(러) 유나이티드 석유가스그룹

(중) 슈안위안 국제투자회사

유대인자치구 내 소유즈국제 철도환적단지 건설 프로젝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개의 산업시설이 건설될 예정

 ➊ 가스 콘덴세이트의 보관과 운송을 위한 터미널 건설(3백만 톤 규모 취급 가능)

 ➋ 석유제품의 보관이 운송이 가능한 탱크 건설(1백만 톤 취급), 석유화학 제품의 보관 등이 가능한 탱크팜(70만 톤 취급) 건설

 ➌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소(1백만 톤) 건설

 ➍ 대용량 화물 및 위험물 환적을 위한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

 ➎ 중국 수입 제품 전용 창고 건설(2백만 톤)

(러) 극동북극개발공사

(중) 쇼우넹 투자관리회사

목재 가공단지 다기능 해양복합단지 건설 (사할린섬 아그네보 지역)

(러) 검찰청

(캄보디아) 검찰청

테러, 불법 무기 및 마약 거래, 불법 이민,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양국 간 협력 강화

(러) 검찰청

(아제르바이잔) 검찰청

·죄인 인도, 현지 법률 위반자 수색 협조 등

(러) RC 투자 펀드

(미얀마) 농업축산관개부, 농촌협동조합개발부

미얀마 내 유기농 식물성장촉진제 공장 설립, 종자 산업 클러스터 구축

[자료: RosCongress, Ria-Novoisti, Tass 등]


<러시아 정부 부처, 주정부 간 체결된 주요 협정>

체결 주체

주요 내용

극동북극개발공사

주식회사 아조트(Azot)* 그룹

 * 광물비료, 메탄올, 카프로락탐 생산업체

코미 공화국 내 부르쿠틴스키 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

암모니아(연 1.2백만 톤), 요소(연 1.7백만 톤) 생산 목표

극동북극개발공사

주식회사 쿤만요(Kun-Man'yo)

2029년까지 니켈 정광 생산을 위한 현대식 광산처리공장 건설프로젝트

하바롭스크주

주식회사 렘스탈(Remstal') 및 공동투자가

2025년까지 액화석유가스(LPG) 환적을 위한 연간 1천만 톤 규모의 해상터미널 건설

하바롭스크주

UAC*(United Aircraft Corporation), 야코프레프*(Yakovlyev)

 * 수호이, SJ-100, MC-21 등 여객기, 화물기 생산업체

이르쿠츠크 비행기 공장 현대화를 위한 우호적 여건 조성, 항공기 제조산업 강화

하바롭스크주

와일드베리즈*(Wildberries)

 *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2025년까지 하바롭스크주에 와일드베리즈 유통센터 건설

[자료: RosCongress, Ria-Novoisti, Tass 등]


주요 프로젝트들이 중국과 체결되고 있음은 포럼장 근처에 조성된 '극동 거리(Street of Far East)'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러시아 극동의 각 주는 포럼 내 '극동거리'에서 홍보관을 운영했는데, 그중 중러 경제협력을 메인 테마로 삼은 아무르주의 홍보관이 눈에 띄었다. 홍보관 안내원은 주도(州都) 블라고베셴스크에 '중러 우호센터'가 건설될 예정이며, 아무르강을 사이에 두고 블라고베셴스크시와 중국의 헤이허시를 잇는 곤돌라 건설도 곧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라고베셴스크는 아무르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의 헤이허시와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아무르강을 사이에 두고 국경을 접한 두 도시>

[자료: Google Map]


<'극동거리'에 위치한 아무르주 홍보관>

[자료: KOTRA 블라디보스톡무역관 촬영]


그러나 애로사항도 상존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한다. 특히 송금 문제가 그렇다. 중러 비즈니스 대화 세션에 참가한 Russian Export Center 사장은 "최근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늘고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러시아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다. 또한, 중국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상품을 변형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때론 언어 장벽에 부딪히기도 한다"고 밝혔다. 2023년 기준, 러시아에 등록된 중국기업 수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9500개 사지만, 반대의 경우는 숫자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중러 비즈니스 대화 세션에 참가한 한 러시아 기업인은 최근 조성된 우호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중국은행의 세컨더리 제재 우려로 결제가 원활하지 않다며 정부와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중국에 유일하게 은행지사를 보유한 VTB 은행의 국제거래개발팀 부장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자국 화폐 결제 비율은 이미 95%를 넘어섰지만, 중국의 파트너들은 아직 세컨더리 제재 때문에 결제를 우려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하지만 VTB 은행은 2023년 말부터 중국 고객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경험하고 있으며, 계좌 개설 등의 업무 신청 건수가 천 배 이상 늘었다. 사실상 VTB 은행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결제 허브인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시사점


제9회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에 불리한 외부 여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내외에서 꽤 많은 기업인이 방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본회의에서 "극동 개발은 21세기 러시아의 최우선 과제이며, 극동지역을 통해 러시아는 일부 '서방 엘리트'들이 전 세계에 구축한 (무역) 장벽들을 극복하고 신흥시장과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동지역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 관련 에너지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관련 부처에 새로운 수력발전소 및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제9회 동방경제포럼은 표면적으로 중러 경제협력이 강조됐지만, 우리 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하바롭스크주 투자혁신개발공사 사장은 KOTRA 블라디보스톡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여건상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해결될 문제라 생각한다"면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언제나 환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 비즈니스 상황이 쉽지는 않으나, 프로젝트를 비롯해 신규 거래선 발굴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장기적인 검토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은 아닐까.



자료: Roscongress, 동방경제포럼 홈페이지, TASS, Ria-Novosti, Kommersant, KOTRA 블라디보스톡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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