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국제무역 및 첨단부문 협력 강화를 위해 출범된 무역기술위원회(EU-US Trade and Technology Conuncil, 이하 TTC) 2차 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2022년 5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개최되었다.

TTC는 양측이 2021년 6월 개최된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과 기술이 공동 가치를 수호하고 사회·경제에 기여, △ 기술 및 산업 주도권 강화, △ 양자 간 무역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체 마련에 합의하며 출범됐다. 이후 같은 해 9월 29일 위원회 1차 회의를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하고 수출통제, 외국인 투자 심사, 반도체 공급망 안정 등의 주요 의제를 선정한 바 있다.

2차 회의를 통해 양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상황에서 TTC를 통한 정책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 우크라이나 지원, △ 공급망 안보 강화, △ 신기술 표준 마련, △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도출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양측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우크라이나 재건 및 무역·투자 촉진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대러시아 제재를 위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으로 항공우주, 사이버 감시 등 첨단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확대해 러시아가 산업 및 군사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이밖에 러시아의 허위정보, 해외 정보 조작 및 간섭에 대응하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 등 온라인 기본권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기로 했다.

공급망 안보 강화

양측은 그린･디지털 전환을 위한 주요 부문에 있어 범대서양 공급망 탄력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태양광 산업 공급망의 투명성 강화 및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에 합의했다. 특히 1차 회의 때부터 주요 협력 의제였던 반도체 부문 관련, 공동의 반도체 공급망 조기경보 및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공급 부족을 사전에 예측하기 위해 산업계와 협력해 반도체 수요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보조금 경쟁을 피하기 위해 반도체산업 보조금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보조금은 정책목표 달성에 필요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지급키로 협의했다.

신기술 표준 마련

미국과 EU는 국제 표준화 부문에서 상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적 표준화 정보(Strategic Standardisation Information, SSI) 메커니즘을 구축키로 했다. 이밖에 적층제조(3D 프린팅),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 등에 대한 접근 방식을 마련하고 물질 재활용, 디지털 신분, 사물인터넷 등 추가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논의했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 AI 사용의 위험성이 높은 분야일수록 규제를 강화한다는 ‘위험 기반 접근방식’이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체계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양측은 이러한 합의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의 신뢰성과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5G와 6G 이후의 미래통신기술 로드맵을 개발하고 데이터 접근, 미성년자 보호, 콘텐츠 조정 등 플랫폼 관리를 위한 핵심 부문에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지속가능성

2차 회의에서도 양측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논의에 집중했다. 친환경 공공조달 정책 협력을 강화하고, 탄소발자국을 포함한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를 위해 공조할 계획이다. 이밖에 E-모빌리티의 활용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인프라 통합을 위한 공동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지 정부 및 언론 반응

EU측 공동의장은 회의 후 EU와 미국간 기술동맹 의지를 재확인 했음을 강조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공급망 안정화 및 세계 식량위기에 공동 대응할 예정이며, 러시아 수출통제 및 우크라이나 무역 촉진에 힘쓸 계획이다."라고 전했고, 티에리 브르통 내부시장 집행위원은 "원자재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한 공통의 목표를 확인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미국측 공동의장인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도 "미-EU는 러시아의 비시장 경제와 같은 끔찍한 행동에 대항할 것이고, 강력한 수출통제로 러시아에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언론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TTC를 통한 EU와 미국의 협력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사 르몽드는 "양측이 반도체 보조금 경쟁 방지를 약속하고 러-우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대응에 협의를 이뤘다"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악화된 EU-미국 간 교역관계가 바이든 정부 출범 후에도 진전을 보이지 않는 듯 했으나, 러시아 침공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2차 회의가 1차 회의 때보다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TTC를 기반으로 한 협력 관계는 수출통제 등 대 러시아 제재를 위한 방안 모색에 필수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망 및 시사점

3차 회의는 2022년 12월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앞으로 2차 회의 결과를 중심으로 한 EU와 미국의 정책공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양측이 전략적 관심을 공유하는 적층제조(3D 프린팅),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 등의 부문에 대한 공동의 기술표준 마련을 위해 협력할 계획으로, 관련 국제표준화에 대한 선제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밖에 합의문을 통해 협력 예정으로 밝힌 제품 탄소발자국 및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 방법론은 EU의 ESG 관련 규범과의 연계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EU는 입법 예정인 배터리 규정, 에코디자인 규정 등 관련 규범을 통해 제품의 탄소발자국 정보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따라서 관련 기업은 향후 양측 간 논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련 측정 방식 등에 선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 분야별 세부정책 모색 위해 구성된 10개 실무그룹>

자료: EU 집행위, 현지 언론 종합 및 브뤼셀 무역관 보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