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인은 한국인 못지않게 술을 좋아한다. 한국인에게 소주가 있다면 폴란드에는 보드카가 있다. 대부분 보드카는 러시아 술로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드카가 가장 먼저 기록되어 있는 곳은 1405년 폴란드 법원 문헌이다. 이미 폴란드에서는 15세기 초부터 보드카가 인기 주류로 자리 잡았고 16세기 말에는 크라쿠프를 중심으로 대형 보드카 양조장이 생겨났다.

이렇게 중세시대부터 영향력 있는 주류 생산 및 소비국으로서 폴란드의 위치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EMIS Insights 보고서에 따르면 보드카 생산량으로는 EU 내에서 폴란드가 1위, 맥주 생산량은 폴란드가 2위, 맥주 소비량은 3위이다. 역사적으로 보드카 생산 강국이었던 폴란드가 건강,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2000년을 기점으로 보드카와 맥주 소비량이 역전된 후 맥주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해온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러한 특이점을 잘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폴란드 주류 시장에서 우리 주류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폴란드 주류시장의 수출입 현황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맥주'하면 독일, '보드카'하면 러시아, '와인'하면 프랑스·이탈리아 등 나라를 떠올린다. 그런 점에서 폴란드는 우리나라에서 주류로 인지도가 있는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폴란드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식당, 온라인 마켓 등에서 우리나라의 소주를 팔고 인지도도 다소 있으나 실제 한국 주류 수입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폴란드는 주류시장에서 순 수입국이다. EMIS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 알코올 음료의 무역수지는 와인의 대량 수입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적자이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수입하는 주류는 대부분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산이다. 이 4개국으로부터 수입량이 전체의 약 53%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폴란드 주류시장에서의 위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수입량 15만 8043달러인데 이는 전체 수입 상대국 중 45위로 전체 수입량의 0.0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2021년도 폴란드의 알코올 음료 4대 수입국 현황>

(단위: 달러, %)

[자료: Global Trade Atlas,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재분석]

< 2021년도 폴란드의 알코올 음료 4대 수출국 현황 >

(단위: 달러, %)

 [자료: Global Trade Atlas,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재분석]

한국으로부터의 주류 수입 규모가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고는 하나 한국 주류 수입액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코로나 이전 2019년도에는 전년대비 4배 이상 수입액이 늘었고 2021년에는 2018년에 비해 무려 6.6배 가량 수입이 증가하였다.

< 폴란드의 대한국 주류 수입액 추이 >

 [자료: Global Trade Atlas,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재분석]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액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폴란드는 코로나19에 대한 제재조치를 2022년 3월 말 모두 해제하였다. 이에 따라 식품, 요식업 산업이 현재 정상화되고 있으며 이 시기에 어떤 제품과 전략으로 폴란드 주류시장에 진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폴란드인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자주 술을 마신다

코로나19로 인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록다운이 내려져 테이크아웃을 제외한 모든 식품 매장이 폐쇄되며 2020년 폴란드의 HoReCa(호텔, 레스토랑, 카페) 산업의 매출은 크게 감소하였다. 

팬데믹으로 HoReCa 산업이 크게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알코올에 대한 소비자의 지출은 크게 증가하였다. 폴란드 시장조사업체 ARC Rynek i Opini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폴란드인 약 18%가 2년 전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신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에는 소비자 지출액이 전년대비 약 17.31%로 크게 증가하였다.

< 폴란드 알코올성 음료에 대한 소비자 지출액 추이 >

(단위: 백만 즈워티, %) 

[자료: Euromonitor, KOTRA 바르샤바무역관 재분석]

팬데믹 기간 동안 알코올 소비량이 증가한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로 코로나19는 초기에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유발했고 술은 이러한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되었을 것이다. 둘째로 재택근무와 자가격리로 집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낮 시간 동안에도 술을 더 자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소비 빈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폴란드 주류 시장에서 두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팬데믹이 오히려 국민들의 주류 소비량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코로나19에 대한 제재 때문에 하락한 폴란드의 HoReCa 산업은 관련 제재가 모두 해제된 2022년을 기점으로 회복됨에 따라 주류시장 규모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주류시장은 누가 지배할 것인가? 1위의 맥주 vs 전통의 보드카 vs 떠오르는 샛별 와인

폴란드 주류시장의 동향과 추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판매량 순위가 아닌 시장의 트렌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종별로 판매량 추이를 살펴보자.

< 폴란드 종류별 알코올성 음료 판매량 추이 >

(단위: 천 리터, %)

 [자료: Euromonitor,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재분석]

첫째는 2000년 이후로 스피릿(알코올 함량 20% 이상의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증류주)과 소비량이 역전되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맥주이다. 현재 맥주는 스피릿에 비해 약 11배 가량 판매량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식당 폐쇄를 명령하며 맥주의 소비 총량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다른 경쟁 주류에 비해 홀로 판매량에 타격을 크게 입은 것은 펍이나 식당에 주로 공급되는 맥주의 한계점이다. 하지만 무알콜 맥주가 2020년에 18%의 두 자릿수 성장을 한 점은 특이하다. 록다운 기간 동안 프로모션에 무알코올 맥주가 사용되며 맥주 판매량을 견인하였다.

< 폴란드 맥주 시장점유율 순위 >

주: 2020년 기준 시장점유율

 [자료: Spolem Sklep Internetowy, Euromonitor,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재분석]

둘째로 보드카로 대표되는 스피릿은 최근 5년간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해왔다. 약 1~2%의 소폭 성장이기는 하나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2021년에도 판매량이 증가세를 이어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시장의 주도권이 맥주로 넘어갔음에도 보드카에 대한 폴란드인의 애정과 매니아층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폴란드 보드카 시장점유율 순위 >

주: 2020년 기준

[자료 : Darwina.pl, Euromonitor,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재분석]

셋째로 와인의 눈에 띄는 성장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바, 레스토랑 등에서 판매하는 on-trade 방식의 판매는 줄었으나 마트나 와인샵에서 판매하는 off-trade 방식의 판매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이는 팬데믹 기간동안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판매량이 전년대비 6.2% 증가, 2021년에는 전년대비 7.27% 증가하며 세 주종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와인의 판매량은 2022년에 스피릿 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 폴란드 와인 시장점유율 순위 >

주: 2020년 기준

 [자료 : Spolem Sklep Internetowy, Euromonitor,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재분석]

이러한 시장의 동향은 폴란드 주류시장의 키워드가 건강·웰빙이라는 점을 시사해준다. 폴란드의 경제가 성장하며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져왔다. 사람들은 술을 찾지만 아이러니하게 ‘건강한 술’을 원한다. 사교모임 후 집으로 운전하는 것에 지장이 없으며 숙취가 없고 칼로리 함량이 낮으며 건강에 이점이 있다는 것이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결과로 첫째, 도수가 높은 전통의 독주·보드카보다 저 알코올 음료인 맥주가 흥행하게 되었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해 맥주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무알콜·저알콜 맥주는 20%의 성장률을 보였다. 셋째, 비교적 건강한 이미지인 와인의 비약적인 성장이 나타났으며 무알콜 및 저알콜 스파클링 와인이 최근 몇 년간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술은 마시지만 건강하고 싶다, 하드셀처와 저알콜 주류의 비약적인 성장

최근 미국에서는 맥주를 제치고 하드셀처(Hard Seltzer, 향미가 들어간 저칼로리 탄산 알코올)가 트렌드로 잡았다. 2019년 하드셀처의 판매액은 약 34억 달러이며 전년대비 판매량이 226.4%가 증가하는 경이로운 실적을 보여주었다. 이 열풍은 미국의 2030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그들은 칼로리가 맥주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며 5% 내외의 낮은 알코올 도수를 선택의 이유로 꼽았다. 이에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AB인베브 등 유명 주류회사들도 하드셀처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중심으로 하드셀처의 열풍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The insight Partners에 따르면 유럽 하드셀처 시장은 2020년 약 2억3900만 달러에서 2028년 약 4억5200만 달러까지 연평균 8.3% 성장을 전망했다. 이러한 성장배경에 대해 그들은 유럽의 소비자 트렌드가 건강·웰빙임에 따라 하드셀처가 비건(완전 채식) 및 케토(저탄수 고지방) 식단에 어울리는 무설탕, 저칼로리, 건강음료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 유럽 하드셀처 시장 매출 추이 및 전망 >

(단위: 백만 달러)

[자료: The insight Partners]

폴란드의 주류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요리 블로거인 Przemysław Ziemichód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하드셀처의 첫 번째 브랜드가 유럽에서 인기를 끌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폴란드 바와 레스토랑에서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 주류에 관해서 그는 폴란드 칵테일 바를 찾는 사람들이 한국의 소주 또는 중국의 바이주와 같은 음료를 주문하지는 않아왔으나 이러한 아시아 증류주가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의 바와 칵테일로 진출하기 시작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건강·웰빙 트렌드는 폴란드 주류시장에서 저알코올·논알코올 주류의 높은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코로나19에 실적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한 폴란드 맥주 시장에서도 저알코올·논알코올 주류는 높은 성장을 기록하였다. 유로모니터의 Beer in Poland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 폴란드의 저알코올·논알코올 시장은 전년대비 18% 성장하였으며, 2020년-2025년까지 연평균 17.4% 성장을 전망한다. 따라서 2025년에는 2020년 대비 시장이 약 2.23배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폴란드 저알코올·논알코올 맥주 판매량 추이 및 전망 >

(단위: 백만 리터)

[자료: Euromonitor,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재분석]

동 리포트에 따르면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맛의 논알코올 제품의 수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논알코올 맥주는 식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모든 유형의 소매점에서 폭 넓게 이용될 뿐만 아니라 수제맥주 시장에도 진출하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논알콜 맥주는 참신한 제품이 계속 출시되며 각종 프로모션에 무알코올 맥주가 사용되었다. Karmi 0.0% 및 Okocim 0.0%와 같은 라거 브랜드는 배달 또는 테이크아웃을 하는 레스토랑에 무료 샘플로 배포되었다.

< 폴란드 논알코올 맥주 >

[자료: odeo24.pl]

시사점

폴란드 등 유럽의 주류시장은 건강과 웰빙이라는 트렌드에 맞추어 논알코올·저알코올, 저탄수 주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폴란드에서는 알코올 도수 0.0%인 맥주, 논알코올 와인이 최근 몇 년 동안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주변 유럽국가에서는 하드셀처가 이미 자리를 잡고 주류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폴란드에는 하드셀처가 보편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저알코올·논알코올 트렌드에서 하드셀처는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며 폴란드에도 유럽 주요 국가들과 같이 하드셀처가 곧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은 폴란드 등 유럽시장으로 진출을 할 때 주로 소주를 수출해왔다. 폴란드에는 오리지널 소주 외에 딸기맛, 자몽맛, 복숭아맛 등 과일 맛 소주를 수출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어느 정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제품에서 눈을 돌려 현재의 트렌드에 맞추어 하드셀처, 저알코올 제품으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하나의 현지 진출방법이 될 수 있다. 

< 한국의 하드셀처 >

[자료: y-mart, 아싸비어, 보해 유튜브 ]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하드셀처 제품인 이슬톡톡 또는 레몬진 등이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의 트렌드를 눈여겨보고 철저한 시장조사와 그에 맞는 제품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들로써 폴란드 등 유럽국가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Euromonitor, The Insight Partner, Global Trade Atlas, EMIS, KOTRA 바르샤바 무역관 자료 종합